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경남 하동, 섬진강을 돌고 돌아 평사리 최참판댁, 토지의 드라마 세트장이 있는 마을 주차를 하고 바라본 평사리 들판은 갇혀있는 듯 열려 있었다. 세트장은 옹기종기 가난한 서민의 삶을 드러내는 좁은 공간의 여러 채의 초가집들과 마을 위 가장 높은 곳에는 전망이 확 트인 부자집 최참판댁이 있었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세트장을 오르는 길 양쪽엔 식당, 옷집, 술집, 토속여행상품점, 우리옷 가게 등등이 자리하고 있다.
겨울 찬바람이 몸을 떨게 하는 평일이라 그 길은 덩그란히, 손님 없는 한적한 길... 얼핏 고개만 슬쩍 들어보이는 주인장들의 몸짓은 쓸쓸함을 더한다. 가게 지붕 위 잘못 자리잡은 솟대는 푸른하늘 아래 찬바람을 오히려 즐긴다.
닫힌 것 같은 열린 들판 평사리, 떠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의 조건들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이는 저 멀리 강물을 따라 마음만 흘려 보낸다.
가난한 이들의 허물어져가는 집들과는 달리 최참판댁에는 사람소리가 들린다. 나같은 관광객들, 관리인들 거기다 한껏 울음소리가 움추려든 새들까지...
우물가, 볕 좋은 나즈막한 담장 위, 참새떼들이 이리저리 포로롱 거리며 추위를 감당한다.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가면 오동통 살 오른 참새들은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겨우 겨우 ... 한 컷!
최참판댁 마루 위에 섯다. 앞과 좌우,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
비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추위 틈을 파고든다. 순간.. 따뜻하다.
내려오는 길 골목을 걷는다. 사람사는 공간이다. 텅빈 공간이 아니라 꽉 찬, 삶으로 들어찬 공간이다. 내가 호흡하기에 어울리는 공간이다.
무질서... 사람사는 냄새다. 꼭 정리가 되어야 하고, 제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숨을 쉬기 위해서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따뜻한 햇살은 등으로 받고 빨간 불꽃은 앞에서 타오른다. 어머니는 누구를 위해 쪼그려 앉아 불을 지피는 것일까?
요즘 곶감은 새끼줄이 아니라 플라스틱 걸이에 매달려 있다. 멋스러움은 ... 보는 이의 사치일까?
동네 할머니들, 페인트통에 불을 피우고 골목시장을 펼쳤다. 마른밤의 껍질을 깨고 바싹마른 밤알을 골라낸다. 입에 넣고 한참이 지나면 침으로인해 조금은 부드러워지고 깨물어 먹으면 단맛이 일품이라고 하신다. 까만 봉지에 한됫박 삼천원... 이빨이 꽤 단단해야 겨울밤 군것질이 되더라구요... 이빨조심주의보!
평사리 들판을 지나다 한시도 떨어져서는 못살겠다는 닭살 연인이 길과 길 사이에서 떠남 대신 머뭄을 선택했다.
배 아픈 나는 길을 떠난다
길과 길 사이를 길이 있기에 떠난다. 머무는 자의 선택을 존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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