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그 넷째 날
-2018년 4월 30일-
팜플로나Pamplona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까지, 25Km
도시는 잠들어 있지만 순례자들은 부지런히 길을 떠나는 시간이다.
한숨 푹 자고 난 뒤의 발은 다시 묵직해졌다. 잠을 깨울 만큼의 길을 걷고 나면 다시 발은 가벼워진다.
길모퉁이의 순례자는 꿈속을 걷는 듯 길을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잠들어 있는 도시처럼 순례자들도 말이 없다.
순례자들의 투박한 걸음 소리만 새벽의 골목길을 채운다.
작은 마을을 들고날 때는 금방 길에 묻히는데
큰 도시를 들고날 때는 꽤 오랜 시간을 길 위를 떠돈다.
꽤 많이 걸었는데 아직도 팜플로나!
팜플로나를 벗어나는 도로 곁의 길을 걷는다.
오르막이 끝나면 시수르 메노르Cizur Menor다.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Los Caballeros de San Juan de Jerusalén, 몰타 기사단으로 더 많이 알려진 기사단이 운영하는 순례자 숙소.
형인 줄 알았는데 동생이었던 그를 여기서 다시 만났는데 그는 다리를 절룩거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 나보다 더 멀리 와사 여기에 머물렀고 참 좋은 숙소라고 자랑하더라.
그 이후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제 아름다움으로 들어가 보자.
말이 필요 없다.
저기 나보다 앞서 걸어가던 두 여인은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고 가끔 온몸으로 기쁨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와! 내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저기 저 어느 곳에서 물 몇 모금과 함께 두 다리 쭉 펴고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밝게 웃으며 한 마디, 부엔 까미노Buen Camino!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순례자들의 인사다. 안전하고 기분 좋은 순례길이기를 서로 격려하는 친구들의 인사다.
사도 성 안드레아 성당La Parroquia de San Andrés
13세기의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나, 성당의 정문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성당의 내부에는 12~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앉아 계신 성모상이 있다.
찾아보세요. 성 안드레아는 어디에 있을까요?
어부였던 안드레아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다가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가 된다. 그리고 형인 시몬 베드로를 예수님께 소개했다.
성 안드레아 십자가는 X 형태인 로마 숫자 10의 형태로, 샐타이어 십자가Saltire라고도 불린다.
전승에 따르면 안드레아 성인은 X자 형태의 십자가에서 순교했다.
감히 예수와 같은 십자가형으로 죽을 수 없다는 그의 바람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X자형 십자가를 성 안드레아 십자가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제일 상층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그 곁에 서 계신 마리아와 사도 성 요한
중간층은 사도 안드레아와 그의 순교 장면이
아래층에는 올리브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과 제자들, 예수님의 체포 장면이 좌우에 있고 중앙에는 성모님이 계시네요.
계속 오르막길을 걸었다.
난 순례길을 미리 공부하지 않고 걸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길을 지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유명한 곳이 어딘지 등등...!
순례길 처음부터 끝까지 참 게으르게 걸었다.
그래서 뒤돌아봤더니 저 아래 내가 걸었던 아름다움이 있더라!!!
그래 저 조형물 많이 봤다.
이 책 저 책, 순례길 관련 책들과 사진들 등등에서
아 여기가 용서의 언덕, 페르돈 고개Alto del Perdón다! 멋져!
용서, 페르돈Perdon!
여기서 난 용서에 관해 무엇인가 해야 하나?
게으르게 걷자!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바람과 함께 별을 찾아가자!
1996년 “나바라 카미노 친구 협회”에 의해 세워진 철 조각품
철 조각품에 무슨 글이 새겨졌나 하고 봤더니 대강 위의 글이 새겨져 있더라구요.
말꼬리를 잡다.
서울 9,700Km, 시드니 17,500Km,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550Km....
우테르가Uterga 가자!
한 마을 한 마을 가면 된다.
급하게 내려가는 내리막길, 무릎 조심!
순례길에 스틱은 필수품이다.
난 젊어서 괜찮다고 하다가는 순례길 내내 절뚝거려야 한다.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스틱을 챙기자.
신발도 무겁고 두툼한 거로 챙기자.
먼 길이니까 가벼운 신발 신어야지가 아니다
먼 길이니까, 험한 길이니까 두텁고 무거운 신발을 신어야 한다.
우테르가 마을 초입에는 용서의 언덕을 넘어온 지친 순례자들을 반겨주는 아름다운 성모님이 서 계신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마을이 보이면 갑자기 갈증이 도진다.
진한 커피, 시원한 오렌지 주스 또는 신기하게도 목젖을 통쾌하게 하는 콜라가 아른거린다.
우테르가의 알베르게 겸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잔 얻어 마셨다.
용서의 언덕에서 한 형제를 만나 함께 걸었다.
순례를 위한 파리행 비행기, 내 바로 옆자리 통로 측에 앉았던 형제다.
긴 비행기 여행 중 단 한마디도 서로 나누지 않았다.
첫날 생장 숙소에서 포터에 라면을 끓여 먹는 그를 보고 대단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수비리에서 숙소를 찾지 못한 한국 아가씨와 함께 한 마을 더 가서 숙소를 잡고 라면을 끓여줬다고 전해 들은 그 형제다.
알고 보니 천주교 신자다.
말문을 트자 봇물 쏟아지듯 그의 인생 이야기가 풀어진다.
그 형제가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하며 배낭에 달고 다니는 접이식 수건을 주었다.
순례길 내내 내 땀을 닦아주었고 지금도 배낭에 매달려 있다.
숙소에 도착하자 그는 나와 헤어져 더 멀리 갔다.
일정이 나보다 짧아 더 많이 빨리 걸어야 한다고 했다.
무루사발Muruzábal, 산 에스테반 성당Iglesia de San Esteban
물집이 터진 발을 치료하던 부녀 순례자를 만나다. 인연은 또 그렇게 ...
오바노스Obanos, 마을 광장에 세워진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세례자 요한 성당Iglesia de San Juan Bautista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초입에 숙소를 잡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제 장도 보고 마을도 순례하고
오늘은 친구들과 저녁으로 삼겹살 먹었다.
순례길을 따라 마을이 길게 횡으로 형성된 전형적인 카미노 마을이다.
팔이 많이 짧네요^^
산티아고 성당Iglesia de Santiago
장식이 많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주두와 모사라베의 영향이 확실히 드러나는 아치가 있다.
모사라베 양식이란 711년 아랍인들의 침공 이후, 이베리아 반도의 그리스도교 건축 양식을 뜻한다. 이 양식은 이슬람적인 장식 모티프와 말발굽 모양의 아치, 골조로 짜인 돔이 특징이다. 비이슬람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조차 계속해서 모사라베 양식의 예술품과 건축물을 만들었다. 9-11세기에 스페인 북쪽으로 이주해간 수도자들이 만든 모사라베 양식의 많은 교회가 살아남았다.
출처 https://blog.naver.com/kh141/130178916261
주두의 밑 괴물 머리 장식
바로크 양식의 장엄한 제대
누굴까? 복음사가일까? 사도 바오로일까?
채색된 이 목조 조각상은 산티아고 벨차Santiago Beltza(바스크어로 검은 산티아고)라고 한다.
십자가상 성당의 장엄한 고딕식 십자가상
산티아고 성당 전경
푸엔테 라 레이나 다리 위에서 바라본 마을의 끝자락 풍경
내일 아침, 이 다리를 다시 건너 순례의 길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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