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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바우길 12구간 주문진 가는 길 -두 번째 이야기-

하늘바다angelo 2012. 1. 23. 13:06

 

 

강원도 바우길 12구간 주문진 가는 길

-두 번째 이야기-

 

영진 바오로집에서 주문진 해수욕장까지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오후 두 시, 가벼운 차림으로 휴대폰만 들고 길을 나선다.

 

지난번 12구간의 영진-사천항 구간을 왕복했고 오늘은

새해 첫 걷기로 영진에서 주문진 해수욕장 구간을 왕복한다. 

 

 

 

뒤에 보이는 삼층 건물이 바오로 집입니다.

2층의 커다란 창이 있는 방은 바오로 카페,

넓직한 창을 통해 동해 바다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영진 해수욕장

아이 하나가 혼자 놀고 있습니다.

외로웠던지 모여있던 갈매기에게로 다가갔지만

갈매기들은 후두둑 날개를 펴 저만치 떨어져 나갑니다.

갈매기도 아이를 반기지 않으니 아이는 등을 돌려 혼자 다시 놀기 시작합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운임이 16,000원인 동서울-강릉-주문진행 버스를 탓습니다.

주문진 터미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바오로집에 도착했습니다. 요금 2,700원의 요금이 나왔습니다.

이곳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곧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저 멀리 주문진 읍내가 병풍처럼 보이네요.

 

 

 

 

모래사장에 덩그라니 혼자 남겨진 우아한(?) 의자 하나

모래 위 발자국을 보면 지나던 사람이 그 앞에 멈추어 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뚱한 의자 앞에서 무언가든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솔솔 느껴지는 풍경이지만

저는 아무 생각도 구체화하지 못하고 사진만 찍고었습니다.

그 강박관념을 당신께 넘깁니다.

 

 

 

보이진 않지만 바람을 마주하고 걷습니다.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걷습니다.

해팡랑길

바우길 12구간

주문진 가는 길의 영진 해변길입니다.

 

 

 

 

영진 해변이 끝나갈 쯤에

방파제 위에 하얀 등대가 있습니다.

몇 해 전 겨울,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던 날

너울성 파도가 일어 방파제 위에 있던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오늘, 바다는 고요하지만 그날은 파도가 해변도로 위까지 넘나들었습니다.

그 날의 파도와 바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영진과 주문진을 이어주는 다리

다리 위에 다리가 꿀벅지 다리인가요?

 

 

 

주문진 항으로 만선의 깃발은 없지만

어선 한 척이 때 맞추어 제게로 왔습니다.

"고마워요, 선장님!"

 

 

 

등대에서 바라본 주문진항과 주문진읍내

 

 

 

주문진 어시장을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주문진항을 알리는 탑에는 오징어가 폼을 잡고 있습니다.

이날 오징어의 생물 시세는 여섯 마리 만원이었습니다.

 

 

 

등대 오르는 길입니다.

주문진항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삶의 자리라는 것을 곧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

할머니 두분이 굽은 골목길 만큼 굽은 허리로

힘겹게 길을 오릅니다.

짧은 길에 두 번이나 쉬었다 가시는 모습을 뵈었습니다.

짠하게 두 분 할머니가 저의 기억 속에 머무십니다.

 

 

 

꾸덕꾸덕

햇볕과 바람에 마르는 생선들이 주문진 골목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자미, 명태, 볼락 등등

 

 

 

오후의 긴 햇살이 잘 드는 곳에 빨래줄이 정겹습니다.

어제의 삶을 씻고 내일을 준비하는 오늘입니다.

가지런히 널려 있는 빨래에서 주인장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 안의 집들 풍경처럼

서로 인사 없이, 서로 양보 없이는 이 골목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좁고 작은 자투리 공간 하나도 여기서는 쓸모없는 공간이 없습니다.

나누고 채워주는 공간이 됩니다.

 

 

 

골목길 꼭대기에서 바라본 아랫동네는 바다입니다.

넉넉한 이웃 동네가 있어 빠듯한 살림에도 주눅들지 않습니다.

 

 

 

길 모퉁이 집

신발은 길 위에 벗어 둡니다.

"잃어버린 신발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서울, 도시의 식당 입구 신발장에 붙은 문구가 겹쳐집니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것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함께 살 수 있는 지혜 아닐까요!

 

 

 

주문진 등대, 지금은 휴식 중입니다.

오랫동안 바다와 배와 사람을 지켜주었습니다.

퇴직 후 관광객들을 위해 또 봉사합니다.

 

 

 

등대에서 바라본 주문진 풍경,

햇살이 가득하듯 모든 이들이 따뜻하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주문진 등대 반대편 마을입니다.

저기 보이는 항구가 소돌항입니다.

 

 

 

길모퉁이 예쁜 카페

우리 따뜻한 커피 한잔 할까요?

 

 

 

 

 

 

소돌항, 조용하고 아늑합니다.

 

 

소돌항 뒤편에 있는 노래비입니다.

전에 왔을 때는 흘러간 옛 노래가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오늘은 듣지 못했습니다.

 

 

 

오른쪽의 밝은 바위가 아들 바위라고 합니다.

아들을 낳는다나...

왼쪽 물가운데 자그마한 돌은 아기조각입니다.

 

 

 

소돌항을 돌아 걸으면

넓고 긴 해변을 만납니다.

주문진 해수욕장입니다.

 

해수욕장 모래사장 가운데와 끝에 탑을 세우고 줄을 연결해

사람이 메달려 바다를 가로지르게 합니다.

오늘은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여학생이 바다를 가릅니다.

 

 

 

 

 

 

주문진 해수욕장

겨울바다는 더 넓어보입니다.

천천히 걸었습니다.

두 시간 반 걸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한 시간 반 좀 더 걸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