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어 길을 걷다/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8코스

하늘바다angelo 2011. 9. 2. 16:51

 

 

지리산 둘레길 8코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마을에서 시천면 덕산마을까지  약 13Km

 

 

 

2011년 7월 20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하루라는 충분한 시간과 함께 길이 있어 길을 걷기 시작한다.

 

 

조용한 운리마을, 닭들은 부지런히 땅을 파헤치고

고양이는 그늘 아래서 눈만 컴벅인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부지런히 새벽 들일을 마치고 느긋하게 더위를 다스리고 계시는

할머니들이 옷깃을 풀어 헤치고 둘러앉아 계신다.

 

 

여름 해는 길을 사정 없이 달구고 있는데

마을입구 나무아래 모여 계신 할머니들은 수박 한덩이 나누어 자시며 지나가는 길손을 부른다.

"잠시 쉬었다 가시오!"

"수박 한쪽 드시오."

"어이 길을 혼자 가시오?"

할머니들의 돌아가며 던지는 질문에 공손히(?) 대답하고

나도 묻는다.

 

"몇 호가 모여 사는지요?"

"영감님들은 어디 가시고..."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여기 거의 다 혼자 살어"

"영감 구하시고 재미..." 또 질문도 끝나기 전에

"뭘 귀찮게 또 데리고 살어, 싫어. 지금이 편하고 좋아!!!"

 

"잘 먹고 잘 쉬었다 갑니다.  어르신들 건강하세요."

할머니 한분 아직 익지도 않은 작은 복숭아 한 알 손에 쥐어 주신다.

 

 

 

백운계곡과 이어진 임도를 오르는 길에서

저기 두고 온 할머니들과 운리마을이 평화롭다.

 

 

계속 오르막길을 오른다.

그늘을 골라 걷는다.

지리산에 집중적으로 내린 폭우는 임도 여기저기를 허물어 놓았다.

자길들이 물살에 씻겨 굴러 내려오다 길 가운데 멈추었다.

 

 

참 고마우셔라

집중폭우로 끊겨진 길을 보수하면서

임시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거칠지만 임시로 난 이 길을 훈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살이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동이 있습니다.

당연이라는 말은 삼가해야겠습니다.

 

 

아마도 저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이 천왕봉이 아닐까요?

 

 

빼곡하니 들어선 나무는 길손에게 햇빛을 가리는 그늘을 마련해주고

흐르는 땀을 잠시라도 말려줍니다.

 

 

골짝이 골짝이 마다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마을이 있을까요.

도시의 빌딩 숲에서 삭막함을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시원하다.

물이 넘쳐 흐른다.

물을 한가득 품은 지리산은 가진 것 모두 다 내려 놓으려는 듯

계곡마다 골마다 물을 흘려 보낸다.

난리법석, 요란한 매미 소리도 흐르는 물소리에 압도 당한다.

 

 

백운계곡

와우!

풍덩 빠져들고 싶다.

나름 멈춰 세운다.

 

 

김밥 두 줄

사과 하나

커피 한 잔

 

 

이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다. 

눈을 감고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 속 들끓는 모든 잡념들을 잠재운다.

 

 

두어시간 천국에서 놀았습니다.

세상의 허물 벗어 던지고 잘 놀았습니다.

 

 

 

 

 

 

 

 

 

 

 

가장 더운 시간을 백운계곡에서 잘 놀고

해가 조금은 서쪽으로 물러난 때 다시 일어나 걷습니다.

 

 

 

 

 

 

 

 

저기 자동차가 서 있는 곳은?

노래를 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길을 내려오다

또 물 속에 발 담그고 싶은 마음은 후다닥 고삐를 풀고 달려

저기 저 자동차 아래까지 벌써 닿았다.

 

 

궁금하다.

아주머니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밀짚 모자의 주인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ㅋㅋㅋ

길을 멈추고 발을 담근 채 온갖 상상으로 빙긋 혼자 미친놈처럼....

ㅋㅋㅋㅋ

 

 

 

 

 

점점 마을 가까이 다가간다.

주위는 온통 감나무밭에 곶감농장이다.

 

 

가을이 오면 무엇이 될까?

옷을 벗기우고

처마에 매달려 붉게 말려지겠지

 

 

 

 

 

마산교구 산청성당 덕산공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자연스레 발길이 어느새 예수님 발치를 지난다.

 

 

마지막 분이 문을 닫아주세요.

메모지 한장이 길손을 맞는다.

 

 

우리 어머니들 예쁘시죠!

한참을 멈추어 서서 길동무, 말동무로 오늘 길을 마무리한다.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 말씀드렸지요.

흔쾌히 당신 명품 웃음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기 저 산을 넘어 왔습니다.

 

 

백운계곡에서의 여유

 

시원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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