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백련사-강진만
다산수련원에서 다산초당 가는 길, 두충나무를 빼곡히 심어놓고 그 길을 걷는 사람 마음을 살짝 Up!
살짝 들뜬 제 걷는 길에 함께 하고픈 분들 있으신가요?
어서오세요!
나무와 계절이 눈이 맞으면 무성하게 잎들이 태어나겠지요.
그러면 저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려지겠지요.
초당을 오르는 길, 소나무 뿌리가 발길에 닿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 길을 '뿌리의 길'이라 명명하고 시를 남겼더군요.
얼마나 많은 제 각각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걸었을까요?
소나무 뿌리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요?
다산 정약용, 1808년부터 11년 동안 이곳에 머뭅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 권의 책을 집필하면서...
초당이 기와를 얹었습니다. 계획으로는 다시 초가로 복원한답니다.
초당 옆, 동백꽃송이의 행진이 멈추는 곳에 약천이라는 샘이 있습니다.
이 약수에서 물을 떠 다산 선생은 차를 다렸겠지요.
혹, 어쩌다 떨어지는 동백꽃송이가 다기 속으로 첨버덩 뛰어든 적도 있었을까요?
아직 동백이 완연하지 않아 초당 앞에 떨어진 동백도 듬성듬성합니다.
한꺼번에 무리져 떨어진 동백꽃을 바라볼 때 어떤 상념이 지쳐 들어올까요?
연지석가산, 연못 가운데 바닷가에서 가져온 돌을 쌓아 그리 이름 붙였습니다.
원래 있던 연못을 넓히고 잉어를 키우셨어요.
잉어에 대한 안부를 초당을 떠난 뒤에도 제자들에게 물으셨답니다.
한적할 때, 아니 고독과 외로움만이 하루를 지배할 때
잉어는 다산 선생에게 말 없이 함께 있어 준 벗이었으니까요.
다조, 초가 앞 좁은 마당에 넉넉한 마음으로 굳게 버티고 있다.
차를 마시고 바람을 음미하는 유배 중인 한 선비에게도
그 선비를 찾아오는 오늘의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어준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
다산 선생이 걸었던 길
몇번이나 그 길을 걸었을까?
그 길은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을까?
오늘 어쩌다 지나가는 나는?
나무 한그루, 다산선생의 오고가는 그 길을 몸으로 표현한다.
세월이 흐른 뒤, 잊혀져가는 것이 아쉬운 듯 자손의 몸에 기억을 새겨 놓은 걸까?
강진만이 내려다 보이는 백련사의 차밭이다.
동백꽃 한송이 슬픔을 머금고 태어났다.
백련사 동백나무 군락지다.
세월을 자신의 몸에 새기고 떨어지는 동백꽃송이 마다 기도를 새긴다.
"너를 위한 나의 마음이야!"
"너를 사랑하는 나의 고백이야!"
"너에게로 갈 수 없는 나의 애끓는 갈망이야!"
백련사
백련사 창틀에도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돌아 강진만 마량항으로 가는 길
서산에 해가 지고
마을에는 저녁 연기 피어오르고
들판에는 청보리가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강진만의 저녁은
하루종일 바삐 뛰어다니던 열여덟 아가씨가
몸의 움직임은 멈추고 마음의 움직임을 시작하는 시간,
어떤 그리움에 얼굴 살짝 붉히고
혼자만의 사랑을 탐닉하는 시간인 듯 합니다.
해는 어듬 속으로
저는 나그네의 자유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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