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16구간 보루길 구간
"오솔길에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다."
회룡 탐방 지원 센터에서 원도봉 입구까지, 3.1Km
어느 정도 지루해졌을 무렵에 15구간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16구간에 들어 선다.
마음 속에 새로운 기쁨이 솔솔 바람을 타고 올라 온다.
보루길은 나에게 무엇을 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지만
길을 걷다보면 생리적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도 있다.
회룡 탐방 지원 센터다.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 여기서는 깊고 후미진 곳으로 눈치 슬슬보며 들어갈 필요가 없다.
저기 저 아줌마도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나보다.....
지원 센터 앞의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가며 가을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고
햇빛은 은행나무 가지와 잎을 미끄럼틀 삼아 한가하게 놀고 있다.
햇볕이 놀다간 흔적,
햇볕이 한번씩 미끄럼을 타면
바람은 은행잎을 자기 어깨에 태워 지구를 한바퀴 휭하니 돌아보게 하고 가뿐 사뿐 땅으로 내려 앉게 합니다.
회룡사, 회룡폭포 가는 길
계곡을 따라 걸으면 가을에 흠뻑 젖어들겠지.
만약 둘이 걷는나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젖어들겠지, 가을의 이 길처럼...
둘레길은 포장길 보다 흙길이 제격이다.
가을 낙엽이 흙길을 더욱 포근하게 한다.
레드 카펫과는 비교되지 않는
낙엽 카펫을 걷는다.
콧노래 흥얼 거리며 어깨춤 두둥실...
보루길 구간,
삼국시대 고구려의 석축과 보루가 있어 보루길이라고 한다.
고개를 넘어 가는 곳이다.
김밥 먹고 쉬어갈 공간을 열심히 찾으며 올라왔다.
여기쯤에 멈추어야 하는데, 간절한 열망!
고갯마루를 비켜나서 들어가니 앞이 훤하게 트여있고
잔칫상을 펼칠 수 있는 자연 식탁과 의자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인공적으로 돌이 쌓여 있다.
석축이구나!
삼국시대 고구려의 숨결 위에 내가 있구나 라는 감동이 밀려 온다.
김밥 두 줄, 사과 한 알, 커피 한잔으로 꾸며진
석축 위 잔치 자리에서 바라본 사패산의 위용
사패산 중턱쯤에 큰 절간이 보인다.
회룡사인가 보다.
이 아름다운 풍광에 다가오는 시간을 거리낌 없이 흘려보낸다.
아! 좋다. 정말 좋다!
반복하고 반복한다.
그 어떤 고층 건물의 스카이 라운지 레스토랑 보다
그 어떤 한강 변 고층 아파트 창가 보다
사패산을 마주하고 고구려 역사의 숨결 위를 버티고 있는
이 석축 위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이 시간이 더 고결하고 황홀하다.
푸욱 머물자, 시간을 잊어버렸다.
푹 쉬고 다시 일어나 걷는다.
성북동 길상사가 아닌 길상사를 지나며 가을 오솔길의 정취를 맘껏 누린다.
입장료도 사용료도 값도 치르지 않고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거저 받는다.
붉은 단풍잎처럼
이웃, 형제를 위해 참 잘 했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박수를 칠 수는 없을까?
우리의 손바닥이 붉게 물들만큼...
그러면 좀더 나은 세상을,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세울 수 있으련만
세상을 위한 우리들의 힘찬 한 걸음에 또 한 걸음이 더하여지면
보다 더 인간미 넘치는 세상,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세상이 될텐데...
나눠지고, 찢기고,
또 자기만을 생각하는 세상의 죄가
가을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삶에서, 정신에서 떨어져 나가기를 기도합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 귀하게 보살피는 것 아닐까!
보루처럼, 굳건하게
항구하게
이타적 존재로 살자!
세상의 모든 삶의 길을 걷는 이들이여, 파이팅!
<교통편>
회룡 탐방 지원 센터 : 회룡역 2번 출구 - 202, 202-1번 버스 / 개나리 아파트 입구 하차(도보 10분)
원도봉 입구 : 망월사역 3번 출구 - 신흥 대학 방면 900m (도보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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