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길 위에서/우리나라 성지순례

나바위성지

하늘바다angelo 2011. 5. 23. 22:31

 

 

나바위성지

 

2011년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목요일 오전 9시 반 나바위 성지에 도착했다.

조용하다. 성지 입구의 큰 나무 아래 성모님이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으신 아드님 예수님을 품에 안으셨다.

침묵, 흐느낌, 어머니의 눈물이 고통의 골을 타고 흐른다.

 

 

 

녹음을 짙게 드리운 나무 그늘이 아니라

앙상한, 아직 새 잎이 돋지 않은 나무가지는

사흘 뒤 부활이라는 엄청난 생명의 역동성을 어머니처럼 품고 있다.

 

 

 

하늘도 침묵한다.

 

 

 

1897년 화산성당이라는 이름으로 본당 역사는 시작한다.

초대주임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베르모렐 신부이다.

 

 

 

1906년부터 1907년까지 한옥구조로 첫 성당이 세워진다.

그리고 1916년에서 1917년까지 흙벽에 서양식 벽돌을 입히고 종탑을 고딕 양식으로 세운다.

 

 

 

성당은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아넬 신부가 맡았고

공사는 중국인들이 시행했다.

 

 

 

종탑은 고딕양식이지만

본당은 한옥구조이다.

그리고 외관상으로는 2층 구조처럼 보인다.

 

 

 

원래 한옥구조의 마루를

회랑구조로 바꾸었다고 한다.

 

 

 

 

 

 

 

 

 

 

 

 

 

 

 

 

 

성당의 내부는

나무기둥으로 나뉘어져 있다.

남녀의 구분을 위한 칸막이

어린시절이 기억난다.

그 때에도 남자는 제대를 보고 오른쪽에

여자는 왼쪽에 의자와 장궤틀 없이 앉았었던 기억이 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대신해

한지로 창을 꾸몄다.

소박한 마음이 빛을 받아 단아하다.

 

 

 

오병이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아무것도 아닌 것이 오천 명, 사천 명을 배부르게 한다.

예수님의 기적이 오늘도 계속된다.

소박한 이들의 마음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1845년 10월 12일 밤

김대건 신부와 고페레올 주교, 안다블뤼 신부 그리고 11명의 조선 교우들이

이곳 강경 땅 나바위에 라파엘호의 닻을 내리고 조선땅에 첫발을 내딛였다.

 

 

 

1845년 8월 17일 상해에서 20여리 떨어진 김가항에서

김대건 부제는 조선교구 3대 교구장 고페레올 주교에 의해 조선의 첫 사제로 수품된다.

그리고 그 달 마지막 날 작은 목선 라파엘호를 황해 바다에 띄워 조선을 향한다.

 

 

 

하지만 바다는 강한 바람을 보내고 폭우를 쏟아부어

라파엘호의 키를 부러트리고 돛을 찢어버렸다.

파도에 밀리고 바람에 밀리고 물결에 밀려 다다른 곳

그 해 9월 28일 제주도 용수포구

 

 

 

고페레올 주교는 회상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섭리였다고

이 땅에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만약 곧바로 서울에 다다랐다면 박해의 물결이 그들을 그냥 두지 않았을거라고 고백한다.

 

 

 

제주도 용수포구에서 라파엘호를 수리하고

다시 배를 띄워 금강을 거슬러 60리를 들어와

강경 나바위에 1845년 10월 12일 밤에 드디어 도착했다.

상해를 떠난지 벌써 42일이 지났다.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의 40년의 광야처럼...

 

 

 

아, 김대건 신부님!

고맙습니다.

당신의 그 무모한 용기는 이 땅에 복음을 심으셨습니다.

 

 

 

성당 뒤편을 돌아가면 동산이 있습니다.

동산이 시작되는 곳의 십자가의 길

무모한 청년 예수가 걸었던 길

또 무모한 청년 김대건이 뒤따랐던 길

오늘도 무리지어 무모한 이들이 뒤따라 걷는 길, 십자가의 길!

 

 

 

"예수님께서 첫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무엇 때문에, 왜 예수님은 인간들의 발 아래 무릎을 꿇으셨을까?

 

 

 

 

제2대 주임 소세덕 신부

그는 이 머나먼 타향에서 예수님의 삶을 살고 전하기 위해 왔다.

2년 간의 짧은 나바위에서의 사목이었지만 그는 이곳에 묻히기를 원했다.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무엇 때문에, 왜 예수님은 인간들 앞에 당신의 나약함을 보이셔야 했는가?

 

 

 

 

망금정 오르는 길.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위마저 계단이 되게 했다.

예수님의 버림받음은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표현인가?

끝없이 무한반복되는 사랑, 나약한 죽음으로 표현되는 사랑 그 사랑이

바위마저 계단이 되게 한다.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또 다시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에게 졌다.

 

 

 

망금정,

대구교구장 드망즈 주교는

1912년부터 매년 6월 이곳에서 피정을 하셨다.

1915년 베르모렐 신부는 이곳에 정자를 지었고

드망즈 주교는 망금정望錦停이라 불렀다.

 

 

 

 

 

 

 

 

 

망금정과 김대건 신부님 기념탑

기념탑은 라파엘호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나바위성지, 그곳에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

무력하게, 나약하게 죽음을 받아들인

한국 교회의 바닥이 되신 분들의 사랑이 아직도

온기 가득한 채 머물고 있다.

 

 

 

 

 

 

 

 

나약함,

가장 약함

그것이 하느님의 힘이시다.

순교자,

그들의 지상에서의 짧은 생애는

천국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다음의 순례를 기다리며

주님, 고맙습니다.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여

저희와 이 땅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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