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해서 알았습니다.
틈만나면 중얼거리며 입을 씰룩이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에서.
한 때, 지하철을 타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아가씨 짧은 치마가 눈 앞에 있으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빼곡히 들어 찬 지하철에선 손을 어디 두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치한이 될까봐 짧은 두 팔 마냥 위로 뻗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중얼거리는, 씰룩거리는 제 입 때문에
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헤쳐나갑니다.
좀 더 수월하게...
귀국해서 알았습니다.
틈만나면 중얼거리며 입을 씰룩일 때 새어나오는 뭔가를
미국 수도원 제대에는 마이크가 없었습니다.
혼자 중얼거렸어도 괞찮았는데
여기선 제대마다 성능 좋은 마이크들이 있어
다들 그 소리가 뭔지 궁금해 합니다.
저도 들었구요.
제 화살기도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저희에게 구원을 주소서.'
화났을 때,
기쁠 때,
아무 생각 없을 때,
무시로...
한참을 하다보면 이젠 심령기도를 하는 것인지
뜻이 없는 소리가 휙, 획, 쉭, 쏵~~~
제겐 은총입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며
마음 모았습니다.
감사의 해를 살자고...
이제 씰룩이는 입 모습과 새어나오는 소리가
다르겠지요.
올해의 제 화살기도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출처 : 천진암
글쓴이 : 하늘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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