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등등/강론 비슷한 것들(천진암)

[스크랩] 틈만나면

하늘바다angelo 2011. 1. 7. 22:54

귀국해서 알았습니다.

틈만나면 중얼거리며 입을 씰룩이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에서.

 

한 때, 지하철을 타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아가씨 짧은 치마가 눈 앞에 있으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빼곡히 들어 찬 지하철에선 손을 어디 두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치한이 될까봐 짧은 두 팔 마냥 위로 뻗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중얼거리는, 씰룩거리는 제 입 때문에

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헤쳐나갑니다.

좀 더 수월하게...

 

귀국해서 알았습니다.

틈만나면 중얼거리며 입을 씰룩일 때 새어나오는 뭔가를

미국 수도원 제대에는 마이크가 없었습니다.

혼자 중얼거렸어도 괞찮았는데

여기선 제대마다 성능 좋은 마이크들이 있어

다들 그 소리가 뭔지 궁금해 합니다.

저도 들었구요.

 

제 화살기도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저희에게 구원을 주소서.'

화났을 때,

기쁠 때,

아무 생각 없을 때,

무시로...

한참을 하다보면 이젠 심령기도를 하는 것인지

뜻이 없는 소리가 휙, 획, 쉭, 쏵~~~

 

제겐 은총입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며

마음 모았습니다.

감사의 해를 살자고...

 

이제 씰룩이는 입 모습과 새어나오는 소리가

다르겠지요.

올해의 제 화살기도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출처 : 천진암
글쓴이 : 하늘바다 원글보기
메모 :

'등등등 > 강론 비슷한 것들(천진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안과 밖  (0) 2011.01.07
[스크랩] 아낌없는 사랑  (0) 2011.01.07
[스크랩] 죽음의 문화  (0) 2011.01.07
[스크랩] 달리기  (0) 2011.01.07
[스크랩] 올해 구유의 컨셉은 배  (0) 201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