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그 둘째 날 -2018년 4월 28일-
산티아고 순례길, 그 둘째 날
-2018년 4월 28일-
론세스바예스Roncevaux에서 수비리Zubiri까지, 23Km
사뿐사뿐 비가 온다.
예쁘게, 부드럽게 보이려고 순례길은 뽀얗게 뽀샵을 했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을 하다 보니 조금은 늦어졌다.
굳이 판초 우의를 입을 만큼 비가 오지는 않는다.
답답할 것 같아 판초 우의는 배낭 제일 아랫단에 고이 모셔 둔다.
질퍽한 숲길이 계속된다.
부르게떼,
바리의 성 니콜라스 성당Iglesia de San Nicolás de Bari
성당 정면이 바로크 양식이랍니다.
조용하고 정갈한 마을입니다.
부르게떼 마을을 걷다가 오른쪽 옆길로 내려갑니다.
순례자의 배낭이 깨끗합니다.
판초 우의도, 스틱도, 옷도, 신발도 깨끗합니다.
아직은 조심스럽게 땅을 살피며 발을 내딛습니다.
아직은...!
제주 풍경 같고 제주 말 같아요.
어미 말 한 마리에 망아지 한 마리씩 딸려 있네요.
뒤에, 옆에, 주저앉아서
엄마는 자식 자랑
자식은 엄마 자랑
중인가 봅니다.
여기 어딘가에서
발에는 물집
무릎에는 보호대를 두른
형처럼 보이는 한국 분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나보다 세 살이나 적더라
내가 동안인가 봅니다!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에스삐날Espinal 마을로 내려갑니다.
냇가에 흐르는 물 가운데 뿌리를 내린 예쁜 꽃이 저를 불러 세웠네요.
산 바르똘로메 성당Iglesia de San Bartolomé
사도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
성당 문이 닫혀 있어 아쉬웠어요.
제가 태어난 해에 축성된 성당이랍니다.
1961년
비스까렛Biscarret 초입 바Bar Dehaona에서
벽에 걸려 있는 이 집의 규칙이라는 글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NORMAS DE LA CASA
이 집의 규칙
ENFADARSE MUY POCO
화는 정말 조금만 내기
SABER PERDONAR
용서할 줄 알기
Grilar solo alegria
기쁠 때만 소리지르기
Besarse 1000 veces al dia
하루에 천 번 서로 입맞추기
REIR A CARCAJADAS
파안대소, 신나게 웃기
ABRAZARSE MUY FUERTE
포옹할 때는 매우 강하게
Sonreir cada dia
매일 미소지어라
Llorar solo de emocion
감동했을 때만 울어라
Ser feliz y quererse un monton
행복하고 많이 사랑하라
감동이 절로 되는 가훈 아닌가요!!!
감동의 바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더불어 멈추다.
비스까렛Biscarret
소 팔자가 상 팔자
수비리는 바스크어로 ‘다리의 마을’이라는 의미
산 에스테반San Esteban 성당
성 스테파노 성당
수비리,
천천히 여유 있게 왔더니
알베르게마다 만원이다.
동네 끝자리 시립 알베르게에 겨우 잠자리를 구했다.
잠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구나!
젊은 친구들과 조금씩 정을 더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영환, 로이, 진동, 동진, 영호, 휘병, 정실 함께 저녁 식사한 날
싱싱한 청년 영환과 진동,
그들과 알베르게 마당 벤치에서 미사를 봉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