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iago de Compostela/산티아고 아! 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길, 그 첫째 날 -2018년 4월 27일-

하늘바다angelo 2019. 5. 1. 19:12


산티아고 순례길, 그 첫째 날

-2018년 4월 27일-

-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25Km -




새벽하늘이 짙푸르다.

밤잠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 6시 짐을 꾸린다.



오늘 첫날부터 쉽지 않다.

피레네산맥을 넘어야 한다.

해발 1,500m를 넘어야 한다.



서두른다고 했는데 6시 40분이다.

성당 앞을 지나며 고개 숙여 주님께 인사하고 함께 해 주시기를 청한다.

신발 끈을 고쳐 맨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자꾸 눈길이 간다.

그 장엄함에 압도된다.



사람이 사는 곳, 그곳에 축복의 빛이 비친다.

따뜻하게 데워진 아침 식탁의 우유처럼 온기가 흐른다.

평화다.







힘을 들여 오를수록 시야는 넓어진다.

그만큼 그만큼 나는 점점 더 작아진다.



가쁜 숨, 흐르는 땀!

삶의 응어리들이 하나둘 풀어지려나?



뒤돌아본 풍경은 웅장하다.

슬퍼 말라. 움츠러들지 말라.

우리의 지나온 인생길도 뒤돌아본 풍경처럼 장한 길임을 알아차리자.



휘어져 흐르는 곡선들

그리고 그 곡선들의 어우러짐

길은 그렇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다.


8Km의 오르막 산길 그곳에 오리손(orisson) 산장이 반갑게 순례자들을 맞는다.

에스프레소 한 잔

쭉 편 두 다리

옹기종기 앉아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멋진 청년들, 한국말을 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인연은 그렇게 우리들 곁으로 늘 다가온다.

 


길에는 늘 사람이 있다.

































론세스바예스다.

피레네산맥 큰 산을 넘어왔다.

첫날이라 무슨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걷고 걸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서먹서먹하고 서툴다.

걷는 것도

쉬는 것도

먹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모든 것이 서먹서먹하고 서툴다.




산타 마리아 왕립 성당(Real Colegiata de Santa Maria)










론세스바예스의 성모

전설에 따르면 10세기 무렵 목동들이 뿔이 빛나는 사슴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따라갔다.

사슴이 땅을 파다가 목동들에게 그곳을 파라는 듯한 몸짓을 하고 떠났다.

목동들이 땅을 계속 파자 아치 아래 모셔져 있는 성모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에 그곳에 성당을 짓고 성모상을 모셨다고 한다.


성 야고보 사도에게 봉헌된 경당의 제대



산티아고 소성당(Iglesia de Santiago)

종탑에는 론세스바예스의 종이 걸려 있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순례자들이 이바네타 언덕에서 이 종탑을 보고 론세스바예스를 찾아왔다고 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서먹서먹하고 서툰 나를 더욱더 서먹서먹하게 하고 서툴게 한다.



론세스바예스에는 순례자만 있는 듯하다.

순례자들을 위한 식당 두 개밖에 없다.

저녁과 아침 숙소 등록하면서 받은 티켓의 색에 따라 식당은 정해졌다.

숙소도 한 곳밖에 없어 침대 배정을 받기 위해 모여든 순례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난리도 난리도 이런 난리도 없다. 



산타 마리아 왕립 성당 제의방

저녁 식사를 후다닥하고 첫날의 미사,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공동집전 가능하냐고 이탈리아어로 물었더니 격하게 환영한다.

팜플로나 교구 소속 본당이고 세 분의 사제가 사목하고 있다고 한다.




순례자 미사 뒤 본당 신부님의 안내로 박물관(?)을 둘러 봤다.

거인 왕 산초 7세의 무덤

별명은 엘 푸에르테(El Fuerte, 강력한 자)

2m 50cm의 조각상



나바라 주의 문장이 된 산초 7세의 전리품인 사슬



론세스바예스-팜플로나-푸엔테 라 레이나-에스테야-로그로뇨-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부르고스-프로미스타-사아군-레온-아스토르가-포르토마린-산티아고

옛 지도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을 조용히 그려 본다.


순례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비가 추적추적 밤길을 적신다.


모든 것이 서먹서먹하고 서툴다.


내가 들어가야 할 침대는 이층 침대 아래 칸이다.

미국인 부녀가 내 침대 위와 옆에 있다.

심하게 코를 골수 있다고 하니까 옆 침대의 딸 Anna가 코를 심하게 골면 이불로 내리친다고 한다.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걱정 말고 자란다.

 자기는 수면제를 조금 먹고 자겠다고 웃으며 말한다.


나중에 그녀의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자기 주머니에는 나와 동갑인 동생, 얼마 전 혈액암으로 하느님께 먼저 간 동생의 재가 있다고 같이 순례하려고 그런다고 했다.

나도 동생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민국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 사이트입니다.

 http://caminoc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