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5구간 명상길
북한산 둘레길 5구간 명상길
"도시로부터의 사색, 숲에서 나의 길을 묻다."
정릉주차장에서 형제봉 입구까지 약 2.4Km
신학생 시절 통학생들은(신학교에 거주하는 신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의 통칭) 정릉쪽으로 종종 소풍을 왔었지요.
불판도 가지고 오고 삼겹살에 막걸리, 소주, 맥주, 음료수 등을 가지고 왔었지요.
그리고 좋은 자리를 선택해 먹고 마시고 놀곤했었지요.
요즘은 금지사항입니다만...
정릉 주차장을 끼고 들어선 청수사 옆길입니다.
여기서 5구간을 시작합니다.
청수사의 소박한 장독대가 눈 아래 보입니다.
여인네들이 예수님을 더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오스카 와일드처럼 그리 생각하십니까?
산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걷고 있는 산길은 살짝 휘어져 있고
그 휘어진 길을 계속 걸으면
눈앞에 저 길을 걷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길에서도 내 삶의 앞선 상황을 흐리긴 하지만
이처럼 볼 수 있다면 어떠할까요?
점이다 사주팔자다 등등을 통해서 앞을 볼 수 있다고 한들
우리의 삶이 바뀌기나 할까요?
전 이 길을 앞을 보며 걸었지만 별반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빽빽히 자리한 나무들 사이에
나무보다 더 오래 전에 자리잡았을 바위들이 빼곡합니다.
그 중에 하나 넓직한 바위에 앉아 간식을 먹고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떨어진 밤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켰습니다.
한겨울인 지금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기에게 그 자리에서 헌혈도 했습니다.
둘레길 거리표를 보면 저는 지금 5구간 명상길을 걷고 있고
명상길 2.4Km 중에서 반 조금 더 걸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길에서도 나는 내 인생 전체가 몇 년 몇 개월 몇 일 몇 시간이고
지금은 그 전체 중에서 어느 만큼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묘합니다.
저 바위에 앉아 쉬고 싶지 않으세요.
나무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과
자연이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들의 음악을 들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는 반가운 인사도 나누면서 말이에요.
자연이 주는 안락의자입니다.
다리 쭉 뻗고
허리 쫙 펴고
얼굴은 하늘을 마주하고 있으면
조금 전 지나갔던 바람이 다시 돌아와 제 곁에 살포시 저처럼 자리를 잡습니다.
"한동안 잘 쉬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바위님!"
구복암 입구에 큰 바위가 있습니다.
근데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기심의 흔적을 남겨두었습니다.
이기심은 이웃에게 상처를 주는 폭력입니다.
오후의 햇살이 하루를 달려온 피곤함으로 길게 눕기 시작합니다.
"욕봤습니다, 햇살님"
형제봉 입구 5구간 명상길이 끝나고 6구간 평창 마을길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벌써 5구간과도 작별할 시간입니다.
쉴 곳도, 홀로 명상할 곳도 많습니다.
어느날, 날이 좋은 때 책 한권들고 걷다가 책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구간입니다.
교통편
정릉 주차장 :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 - 버스 143번, 110B/ 북한산 관리공단9종점) 하차
형제봉 입구 :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 - 버스 153, 7211/ 롯데 삼성 아파트 하차 후 도보 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