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5코스
지리산 둘레길 5코스
함양군 동강에서 산청군 수철리
하지만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상사폭포-쌍재-산불감시초소-고동재-가현마을-추모공원을 걷다
7월 19일 오후 3시 40분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한 여름 낮의 길이를 생각하고 시작한다.
1951년 2월 5일 국군의 '지리산 빨치산 토벌작전'이 시작되고,
2월 7일 가현, 방곡, 점촌, 엄천강 건너 서주마을 주민들이 무참하게 학살된다.
300여 명을 한구덩이에 몰아 넣어 죽인 집단 학살을 포함해 705 명에 학살되었다.
1954년 방곡지역 유족들이 뜻을 모아 '동심계'를 조직하고
억울하게 죽은 양민들을 추모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진실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방곡마을에는
집단 학살을 당한 원혼과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조성한
산청 함양 양민학살 추모공원이 있다.
올 여름 무지하게 퍼부은 비로 인해
계곡마다 물이 넘쳐났다.
평소에는 돌다리를 건너 옛 추억을 불러들이는데
오늘은 추억마저 물에 잠겼다.
보이지 않지만 요란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정리된 마을을 돌아서니 길은 산과 산 사이로 나를 이끈다.
성큼 계곡이 내게로 왔다
숲길과 물 소리가 2Km 정도 이어진다
봄날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하듯이
계곡의 물이 흐드러지게 날린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상사폭포
전설따라 삼천리에
항상 등장하는
너무도 뻔한 이야기
그래도
마음이 끌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상사폭포와 상사바위
상사 라는 말에도 가슴은 늘 한 템포 빠르게 뛴다
상사폭포 위에서 바라본 지리산
저 산은 뭐고
저 봉우리는 뭐고
어쩌구 저쩌구 해야 하는데 아는 게 없네요.
우리들 인연과 관계도 저리 첩첩이 연결되었는데도
일상에서는 까맣게 잊고
나만 나만 결국 나만 존재하는 옹졸함
길을 가다 만난 작은 돌맹이에도 마음을 주듯
세상의 길에서 만난 인연에게도 배려와 기억이 있다면...
길을 걷다 보면 앞만 보고 걷기가 쉽습니다.
간혹 뒤돌아 보기도 하지만,
고개들어 하늘을 보십시오.
하늘이 있기에 앞과 뒤의 길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쌍재 가는 길
쌍재는 예전에 함양 휴천 쪽에서 산청으로 가던 길이라 한다
쌍재는 그 옛날 산청으로 함양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넘나든 고개다.
예전 함양에서는 곶감장이 서질 않아
함양 마천 등에서 곶감을 지고 이 쌍재를 넘어
산청 덕산장에 가 팔았다고 한다.
쌍재를 지나 산불감시초소 오르는 길 왼편의 산청
산불감시초소
둘레길 5코스에서 조망이 가장 넓게 펼쳐진 곳
왼편으로는 산청읍이
오른쪽으로는 지리산 동북부 능선들이 펼쳐져 있다.
구름이 흐르다 멈추면 산청읍에 그늘이 생기고
멈추어선 구름이 다시 움직이면 산청에는 해가 든다.
산청, 그 이름처럼 깊고 푸르다!
저 끝자락에 오늘 길을 시작했던 추모공원이 아련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 내가 저기에서 이렇게 저렇게 걸어서 이곳까지 왔구나
오늘의 내 삶도 이처럼 한장의 사진으로 펼쳐 볼 수 있을까!
사진의 왼쪽 아래 마을이 가현마을이다.
수철마을로 오늘은 길을 잡지 않고
저 아래 고동재에서 오른편으로 길을 바꾸어 내려가면
가현마을을 지나 출발점을 도착점으로 이을 수 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쭉 내려오는 내리막길 끝의 고동재
왼편으로 가면 수철마을
오른편으로 꺽으면 가현마을
주말에는 사람으로 왁자지껄 할 것 같다.
오늘은 주중 평일이라 주막집도 문을 닫았다.
닫혀진 주막집 평상에 앉아 몇개의 초콜릿으로 허기를 채운다.
가현마을로 가는 길
해는 조금씩 열기를 진정시키고
차분히 저녁기도를 준비한다.
가현마을, 지금은 별장처럼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하지만 역사는 가려진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의 빨치산 소탕 명령을 받은 육군 11사단 최덕신 사단장은
'견벽청야' 작전을 설 다음날 개시한다.
아침밥을 먹던 시간, 총성은 맨 위에 위치한 가현마을 뒷산에서 울리기 시작한다.
가현마을에서만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포함해 123명이 살해되었다.
아프다!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지리산의 지는 해는 아직도
지리산 자락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의 피눈물을 기억하고 있나보다.
지리산길
이봉연
이끼 낀 자리마다
푸진 얘기들
파랗게 돋아나는 길
정상을 목표로 한 길이
아니어도 좋다
서두르며 가는 길이
아니어도 좋다
반듯 한 길이
아니어도 좋다
깊이를 알수있는 길이
아니어도 좋다
산과 마을 사이로
계곡과 구름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다랑논 돌담처럼
쌓여진 더운 입김들
이름도 없이 피었다 져간
아름다운 사람들
정겨운 마음들을
안개처럼 만나는 길
전설 속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지리산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