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다angelo 2011. 6. 20. 17:09

 

 

지리산 둘레길 2코스

인월 - 운봉 (9.4 Km)

 

 

2011년 5월 17일 오후 지리산 둘레길을 시작하려 한다.

오후 시간이라 긴 코스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짧은 코스를 선택한다.

2코스, 인월-운봉 구간이다.

첫 만남은 지리산 둘레길 인월센터,

많은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모여 지리산 둘레길을 잊고 있다.

 

 

내일은 뒤로 보이는 3코스를 걸으면 되고

오늘은 9.4Km의 2코스를 한껏 달뜬 마음으로 마주 한다.

자, 신발끈 조이고 걷자!

 

 

인월 마을의 담장에는 흔적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나름 땀을 흘린 뒤 기쁨을 풀어낸 이들의 신나는 마음을 읽는다.

 

 

제주 올레에서는 간세다리를

남해 바래길에서는 귀여운 동물들을

이곳 지리산 둘레길에서는 사람 모습을 한 장승같은(?) 친구가 반갑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안녕, 친구 반갑다."

 

 

산에 담겨 있으면 산에 담겨 있다는 것을 잊는다.

저 멀리 겹겹이 모습을 드러내는 산 때문에...

 

"지금 네 자리가 꽃자리니라!"

 

 

앙상한 겨울 길에서는 조금의 해라도 더 많이 받으라고 나뭇잎을 떨구고 서 있더니

오늘 이 봄날의 길에서는 해를 가려주기도 하고 열어주기도 하며

길손의 마음을 맞추어 주는 것은

그 자리의 나무들이다.

 

 

 

옥계 저수지

물 빛과 산 빛이 하늘 빛을 닮아간다.

사람 사는 공동체도 하늘 공동체를 닮아간다면 좋으련만...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 논은 내일 모를 낼 생각이신가요?

모판의 모들이 자신을 키워 줄 한가득 사랑을 품은 논에게 자기 소개에 바쁘다.

 

"저는 순인데요 잘 부탁합니다." 넙죽~

 

 

비전마을의 송홍록의 생가,

서편제와 더불어 판소리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동편제,

동편제의 가왕이라 일컫는 송홍록과 송만갑이 태어난 곳이며 명창 박초월이 성장한 곳이다.

 

 

명창 박초월의 생가

 

 

황산대첩비지,

고려말 왜구들의 잦은 침입이 있었고 운봉까지 왜구들이 쳐들어 왔다.

이성계는 부하 장수들과 함께 운봉 황산에서 아지발도가 이끄는 왜구들과 싸워 크게 이긴다.

황산대첩의 승전을 기념하여 후대에 황산대첩비를 세운다.

일제강점기 황산대첩비를 깨트리고 비문마저 알아볼 수 없게 훼손시켰다.

지금의 비는 이후에 다시 세웠고 파비각도 따로 보존되어있다.

 

 

 

지리산 둘레길 2코스는 평탄하다.

오르락 내리락 심한 고갯길도 없다.

많은 부분이 쭉 뻗은 제방길이다.

나무 그늘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길섶에는 작은 나무들이 세월을 기다린다.

 

 

듬성듬성 심겨진 모는

농부의 땀을 먹고 자라겠지요.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면 빼곡히 들어차 바람을 따라 황금물결을 일으키겠지요.

 

 

모 이양기로 모를 내고나서도

구석구석 농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넘어진 것은 일으켜 세우고

이양기가 들어 설 수 없었던 자리는 허리 굽힌 농부가 들어 서서 모를 심습니다.

 

 

신기마을을 지나고

 

 

북천 마을을 지나고

 

 

 

 

 

운봉 마을의 석장승

가이드북에서는 석장승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석장승들을 들여다 보면 옛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고,

마침내 이미 세월 저편으로 묻혀벼린 시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석장승들과 함께 생활했던 옛 사람들처럼 운봉 들녘에는 400년의 시차를 넘어

고단한 가운데서 서로의 풍요를 빌었던 옛 사람들의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다.

 

 

쉬엄쉬엄, 힘에 부친다는 생각 한 번 없이

둘레길과의 첫 인사가 이루어졌다.

참으로 평범해 할 말이 없다.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동요가 생각나는 둘레길 2코스

 

 

하늘은 서서히 붉은 기운을 머금고

땅거미는 키를 키운다.

내일 3코스 시작하기 위한 쉼의 시간이다.

 

 

보너스입니다.

 

사단법인 숲길의 지리산 둘레길 가이드북에는

매 코스 소개 마지막에 시를 싣고 있습니다.

 

 

 

춘향의 노래

복효근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섬진강은

또 천 년으 가도 섬진강이듯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흐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어진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춰주듯

도련님은 내 안에 서있는 산입니다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리에

엮어가는 꿈

그것이 사랑이라면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하늘 높은 지리산 내가 엮는 꿈

너나들이 우리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