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어 길을 걷다/제주 올레길

제주 올레 1코스 하나

하늘바다angelo 2011. 3. 10. 17:56

 

제주 올레 1코스

시흥-광치기 올레(총 15Km 4-5시간)

시흥초등학교-말미오름(2.9Km)-알오름(3.8Km)-종달리 회관(7.3Km)-종달리 소금밭-성산갑문(12.1Km)-광치기해변(15Km)

 

제주 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이다.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바당-오름 올레다.

 

 

 2010년 12월 9일 오전 10시 30분, 제주 올레 1코스다.

 

 

순리를 따르는 좋으신 분들은 올레 1코스에서 자연스럽게 올레 여정을 차근차근 시작을 하시겠지만

저처럼 뒤죽박죽인 사람은 끝에서부터 놀다가 이제서야 첫 출발을 알리는 숫자 1이 있는 곳에 왔다.

그것도 한달에 한번 오던 제주를 이제는 휴가를 내고 따로와야 할 상황에 놓여서 정기적인 걷기를 마감하는 자리가 첫 출발 코스이다.

 

 

적당한 구름과 그 사이에 푸른 하늘이 있다.

코 끝을 쏴 하게 하는 찬바람도 있다.

1코스를 시작하며 뒤돌아 본다.

우백호 좌청룡이라고 했던가?

우는 성산일출봉이요 좌는 우도다.

1코스 내내 청룡과 백호가 올레꾼을 동반한다.

 

 

지난 겨울 이미 우도 올레를 다녀와서인지 저 멀리 우도가 눈 아래로 성큼 다가온다.

바람 생생 불던 날 올레의 진미를 느끼게 해주었던 우도,

사나이, 첫 사랑은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정상적 코스로는 말미오름을 올라야 했는데 이때쯤 시작된 육지의 구제역은

말미오름을 비켜 가라고 했다.

말미오름을 빙둘러 알오름으로 간다.

군데군데 생석회가 깔려 있다.

 

 

멀리서 바라본 알오름, 새의 알을 닮았다고 해서 알오름이라고 하기도 하고 말산메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올레꾼 지나가는 길 곁에 외톨이 소나무 한 그루 눈에 든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하다.

다들 외톨이를 바라보며 걷는다.

작은 위로라도 얻으려는 듯 외톨이 곁을 바짝 붙어 걷는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마음이 솔깃한다.

겨울, 황량한 동산에 외톨이 푸른 소나무 한 그루

"외로우니까 소나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 속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적절한 간격을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름들도 외로움의 잔치에 참석한다.

바람과 구름이 사람들의 길을 따라 달려와 외톨이 잔치에 작은 꽃 한송이 전한다.

 

 

길 없는 길에 길이 있다.

숱한 외로움의 흔적들이 길 없는 길 위에서 길을 걷는다.

 

 

알오름 마루에 섰다.

우 성산이 우뚝 거대하다.

사람 사는 곳 좁쌀만하다.

 

 

우뚝 우 성산

길쭉 좌 우도

우리들 안의 이중성,

야누스(Janus)

로마 신화의 문의 신, 시작과 끝의 신이다.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

 

 

 

 

 

 

 

알오름을 내려오면 종달리 마을 올레다.

사람 사는 세상

좁쌀만한 집과 사람들이지만

 

 

 

 

 

종달리 소금밭, 부족한 소금을 육지에서 가져오다 이곳에 염전을 조성해 소금을 생산했다.

그러다 육지에서 들어오는 소금의 운송비가 낮아짐으로 인해

다시 논으로 용도 변경을 했지만 지금은 사유지로 소금과는 옛날 한 때의 인연으로 이름만 남아있다.

 

 

소금밭을 벗어나면 눈이 갑자기 밝아진다.

해안도로다.

바다가 깊숙히 들어온 것일까?

땅이 쑤욱 하고 바다로 뻗은 것일까?

우도와 성산 일출봉 사이로 파도가 밀려와 귓속말만 전하고 다시 대양으로 돌아간다.

 

 

뭐라고 파도는 속삭였을까?

갈대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 무엇이 있긴 한데.....

 

 

거의 1년 만에 다시 만나 반갑다고

우도가 전한 인사일까?

 

 

눈으로만 자기를 보고 가지 말고 이번 만큼은 꼭 얼굴 마주하자는

성산의 초대를 전하는 것일까?

 

 

해녀님, 말씀하시길

"둘 다."라고 하신다.

 

 

한치라고 써 있고 파시는 분은 준치라고 하고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연유하는 그 준치는 아니고

반건조 한치를 제주에선 준치라고 하는걸까?

종달리 해안도로의 명물이 된지는 오랜 것 같다.

두세 곳에서 말리고 굽고 팔고한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했기에

마침 배도 출출하기에

솔솔 밀려와 코 끝을 자극하는 냄새를 따라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곳에선 잔치가 벌어졌다.

장사는 뒷전이고 한치(?)전을 구워 서로 나누어 먹고 있다.

마음을 더한 뜨거운 전을 적당히 배부를 만큼 먹고

두 마리 준치를 구워들고 "고맙습니다." 인사 남기고 또 길을 걷는다.

 

 

 

종달리 해안도로는 성산항으로 연결되고

성산항은 저기 저 일출봉에 이르게한다.

 

 

 

 

성산 갑문까지 왔다.

벌써 준치는 뱃속으로 모두 들어갔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성산일출봉에 눈과 마음은 점점 더 커지고 넓어진다.

잠시 쉬었다 갑시다.

 

 

여기서 제주 올레 1코스 하나를 마무리 하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