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4코스 둘
제주 올레 4코스 둘
-거슨새미에서 남원포구까지-
전설이 있는 곳 거슨새미, 망오름을 돌아나오면 만난다.
일반적으로 물은 바다를 향한다. 하지만 거슨새미는 통상의 방향과는 다르게 한라산을 향하여 거슬러 흐른다고 한다.
그래서 거슨새미라고...
살다보면 우리들 안에서도 거꾸로 흐르고자 하는 성향들이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가 한마디만 하면 청개구리처럼 정반대 행동을 해버리고 만다.
자존심이 고개를 쳐든 것일까?
거슨새미, 샘이라하여 물이 퐁퐁 솟는 줄 알았는데
바닥에 미미하게 물이 조금 고여 있을 뿐이다.
샘이라고 하기에는...!
잔뜩 기대를 했는데...
허기를 샘물로 채워 볼까 기대했는데
실망이라기 보다는 마음이 짠해 온다.
조금씩 그 누구의 마음에도 차지 않는 모습으로 고인 물이
우렁차지는 않지만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흐르고 있다.
매우 가냘프게 하지만 분명 흐르고 있다.
한 단계, 두 단계, 세 단계를 어슬프게 흐르던 물이
찌게 그릇 속의 국물처럼
자자작 하니 모여들었다.
마지막 단계, 길가에 이르러서는
생명을 춤추게 하는 어머니가 되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수많은 교훈을 떠올릴 수 있는 흐름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7-38)
빨간 자전거, 예쁘다.
귤밭 입구에 서 있는 예쁜 자전거의 주인은 누구일까?
당연히 마음이 예쁜 분!
이젠 가도 가도 귤밭 뿐이다.
먹거리도 없고
물 한모금 얻어 마실 곳 조차 없다.
생각이라고는 오직
"아, 배고프다."
귀퉁이 돌아서면 저어기 분명 뭔가 있을거야.
혹시 저어기에...
사막을 걷는 여행자처럼 신기루가 곧 보이는 것은 아닐까?
카메라가 무겁다.
사진 눈은 능력을 잃어버렸다.
오직 한 생각으로 그 길고 긴 길을 걸었다.
"아. 목마르다."
드디어 해안 마을로 나왔다.
해안도로 곁에 눈에 확 들어오는 아담한 초가를 마주하고는
정갈하고 소박하게 가꾸어진 집을 보며
조금씩 조금씩 더 들어가고 싶었다.
"집"
들어가고 싶은 곳이어야 하는 집
만약에~~~
수도원이 아닌 곳에서 내가 살고 있다면......
가지고 싶었다.
태흥리 해안길이다.
배고픔을 잊어버렸다.
아니, 오기가 생겼다.
이제 오늘의 길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죽어라고 배고픔과 다투었는데
조금만 더 가면 하루 일을 끝낸 사람처럼 저녁상을 푸짐하게
크 하하하 핫!
빨간 등대 위로
어두운 구름들 사이에
밝은 하얀 구름이 내 오기를 부추긴다.
빨간 등대
하얀 등대
바다를 그리워해 다다른 발길이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풍덩 그리움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데...
등대는
오기가 발동한 나처럼
그리움의 코 앞에서 요지부동이다.
뱃가죽이 달라 붙기까지(?) 오기를 부리는 나처럼,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싸움 뒤의 각방처럼
발등에 떨어지는 파도의 물방울만 맞고 서 있다.
낮게 뜬 구름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빛 사이로 남은 거리를 어림잡아본다.
아직 한 번도 올레 우체국 우체통에
엽서 한 장 보낸 적 없다.
누구에게 첫 엽서를 보낼까?
올레길 모퉁이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엽서 한 장 써야겠다.
"저는 지금 걷고 있습니다." 한 마디만이라도 써야겠다.
저 귀퉁이만 돌아가면
오기를 풀어 줄 밥상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올라온다.
뻥!
하늘이 뚫렸다.
빛 중에 빛이신 분께서 우리들 가운데 오셨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God with us."
노란 등대,
에궁, 그리움 속으로 들어갔네.
요지부동 오기를 버렸네.
내가 더 지독하구만유~~~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
길고 긴 배고픔과 목마름
고기 먹으러 가자!
남원 읍내 고기 파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1인분을 시켰더니
2인분은 시켜야 된다고
우이씨, 설렁탕 한 그릇으로 슬프게 허기를 채웠습니다.
기적을 보셨나요?
남원포구에서 한라산을 보며
보너스 사진입니다.
올레 4코스, 인내와 끈기가 필요합니다.
물과 먹거리를 단디 챙기십시오.
단순함에서 기쁨을 찾으십시오.
화려한 궁전을 찾으시려면 다른 곳을 알아보십시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