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2코스(II)
제주 올레 12코스(II)
수월봉에 올랐다. 차귀도, 죽도, 눈섬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차귀도의 해지는 모습은 감동이라고 한다. 지금 시간은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하늘을 가린 구름은 바다까지 흐리게 합니다. 일몰, 오늘은 느낌으로만 그립니다.
수월봉을 돌아 해안으로 가는 길, 저 멀리 보일듯 말듯 한라산이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한라산은 제주를 온통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 있습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은 사람뿐... 내가, 내가...만 반복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엉알", 수월봉 아래 바다쪽으로 깍아지른 절벽이다. 퇴적층, 용암이 한겹, 두겹, 세겹... 몇겹인지 모를만큼 겹겹이 층을 이루고... 어머니, 어머니로 산 날수만큼 겹겹이 더해진 희생과 사랑의 마음 단면을 훔쳐본다. 나, 참 왜소하다.
엉알길, 절벽 곳곳에 샘물이 흘러나온다. "녹고물"이라는 약수터로 불린다.
먼 옛날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몸져누운 홀어머니를 위해 오갈피를 캐러 수월봉에 올랐다가 여동생 수월이가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동생을 잃은 슬픔에 오빠 녹고는 17일 동안 울었는데, 이 녹고의 눈물이 녹고물이라는 전설은 전한다.
차귀도는 제주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자구내 마을에서 배로 10여 분 걸린다.
죽도, 지실이섬, 와도의 세 섬과 작은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는데, 기암괴석과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섬 중앙은 평지이다.
자구내포구를 돌아 당산봉으로 가는 길, 그 길 한켠에 보리가 눈을 맑게 한다.
당산봉을 오르는 봄날, 소나무의 노래가락이 흐른다. "나 이뻐?" 톡톡 튀는 예쁜 아가씨가 남친에게 옹알거린다.
당산봉 정상, 생이기정 바당길(새가 많은 절벽길) 멈출 수밖에 없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호흡이 멈춘다. 심장은 박동질을 가쁘게 가쁘게 휘몰아친다.
한편은 바다와 차귀도가
또 한 편으로는 생이기정 바당길과 용수포구가
또 다른 한편에는 오름들과 그 어미인 한라산이
난 이 땅의 끝에서 너를 본다. 바다가 육지라면... 아니, 이대로여야 한다. 마음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 위에 내가 서 있을 수 있도록 난 이 땅의 끝에서 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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