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어 길을 걷다/제주 올레길

제주 올레 1-1코스 -우도-

하늘바다angelo 2010. 1. 29. 14:39

 

제주 올레 1-1코스

-우도, 바람을 느끼다 -

 

 

 

 2010년의 1월 우도를 걷기 위해 새벽잠을 깨우고 서둘러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 희미한 가로등 아래...' 유행가 가사가 절로 떠오르는 안개낀 김포공항...

하염없이 공항 방송만 기다린다.

결항이란다.. 이런 일이...

겨우 오전 11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제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성산포행 버스를 타기 전 십여분 남은 시간

허기에 견디지 못해 허겁지겁 터미널 내 작은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4000원 하지만 맛은 강추다.

 

* 성산포항에서 우도로 가는 여객선(사진)

 

 

 

 하늘은 우중충하고

바람은 거세고

시간은 이미 오후 세 시를 넘고

지금 들어가면 우도는 후다닥 그리고 돌아와야 한다고 한다.

 

* 우도 선착장으로 진입하는 선상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과 제주

 

 

 성산포항을 출발한 배는 하우목동항에 10여분 만에 도착했다.

어찌할까? 우선 항구앞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을 따뜻하게 마시고

서둘러 관광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빵모자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카메라를 재점검한다.

우도를 향해 바람을 뚫고 추위를 뚫고...

 

 

 서빈백사, 홍조단괴...

하얀 모래 사실은 산호가루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천연기념물(438호), 부서지는 파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어둠 속에서도 옥빛을 자랑한다.

 

 

 누군가 잃어버린(?) 커피 봉지를 주워 챙긴다.

혹 몰라서...

그날 밤과 다음날 아침 그 커피 덕에 따뜻한 행복을 가졌다.

잃어버린(?) 커피 봉지의 주인에게 고맙습니다.

 

제주 가장 동쪽의 오름, 지미오름이 한눈에 가득 들어온다. 아름답다!

먹구름 틈으로 흐릿하지만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이 얼핏 가물거리며 모습을 보인다.

 

 

 

 청진항을 지나 돌칸이에 다다랐다.

승합차를 타고 온 사람들을 만났다. 참 오랫만이다.

성산일출봉이 후광을 머리에 이고 있다.

출렁이는 바다에 배들은 조용히 움직임 없이 자신을 내어맡기도 있다.

저 배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돌칸이, 여물통...에서 바라본 우도봉

저기 얼핏보이는 등대까지 가야하는데...

 

 

 우도봉 우측 능선이다.

아래로는 돌칸이 몽돌해변, 저 아래에서부터 헉걱거리며 올라왔더니 땀이 솟는다... 휴!

청진항과 등대가, 내 걸어온 길이 저 아래에서 바람을 쏘아올린다.

바다 넘어 제주의 오름들이 불쑥불쑥 키 자랑을 한다.

"그래 나 키 작다!!!" 오기가 발동한다.

 

 

 

 우도봉의 갈대, 바람 따라 자신을 눕힌다.

절벽 끝에서 사는 방법인가?

 

 

 

 

 

 

 

 우도봉 정상이다.

방책을 따라 쭈욱 올랐는데

제일 꼭대기에는 총을 든 병사가 힐끗 나를 쳐다본다.

이 시간에, 까마귀 떼지어 나는 이 시간에 혼자서 저 인간 ... 쯔쯔.. 하고 날보는 듯하다.

 

 

 

 

 

 

 

 

 

 하루 해가 저문다.

구름에 가려 온종일 헤매던 햇빛이

온힘으로 마지막 최선을 다한다.

애처롭다.

 

 

 

 우도봉의 왼편, 검멀레 해안이다.

썰물이 되면 동안경굴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오늘도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다.

 

 

 

 아침을 먹다 식당에서 우연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바위를 보았다.

사람 얼굴이다. 대단한 발견!!!

혹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닐까

식당 주인에게 "아세요? 저기 바위 사람 얼굴인데..."

실망이다...

저 바위는 고릴라 바위입니다.

머리가 사람들보다 훨씬 큰, 그래서 고릴라 바위라고 한다.

 

 

 

 우도... 반쪽 밖에 걷지 못했다.

봄.. 짙은 초록을 기다리렵니다.

 

 

 

 바람을 피해

낮게 낮게...

바람을 피해

옹기종기... 제주의 아늑한 동네!

 

 

 

 

 제주에 온 이유인 미사 시간에 늦지 않도록

조금은 서둘러 제주를 향한 배를 기다린다.

청진항이다.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배는 떠났다.

 

 

 

 

 청진항에서 바라본 우도의 해변과 우도봉(쇠머리오름)

어제, 저기에 내가 있었지...

 

 

 두 친구의 낚시, 그들만의 경쟁일까? 아니면 나눔일까?

그리고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들과의 배틀일까?

 

 

 

 

 다시 성산포항이다.

떠나가야 돌아올 수 있다.

떠나 보낼 줄 아는 부모가 다시 돌아오는 자녀를 맞아들일 수 있다!

 

2010년의 첫 여행.. 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