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밭
순천만 갈대밭
보성 녹차밭을 떠나 순천만 갈대밭, 자연생태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 가까이 차안에서 쉬었습니다.
두통약의 효과인지 서서히 기운을 차릴 수 있었고
다행인 것은 어제 담양에서의 추위에 비하면 많이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입구 매점에서 카스테라 하나와 커피 한 잔으로 허기를 떼우고
천천히 순천만 갈대밭으로, 흔들리는 여심 가운데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사람들의 무리...
하지만 바람에 손 흔드는 갈대의 환영 인사는
그 동안의 아픔도 잊을 수 있는 장관이었습니다.
해를 마주하기도 하고
해를 등지기도 하며
사방팔방으로 뚫려있는 자연과 카메라 앵글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흔들리는 갈대처럼 다른 마음 하나를 품었습니다.
용산 전망대, S자 물길 위에 떠오르는 붉은 일몰의 장관을 보고픈 마음...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앞서가는 사람의 꽁무니만 쫓는 사람들,
못다한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말 잔치에 빠진 사람들...
참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갈대밭 길을 오고가고...
순천만 얕은 물길 위에도
그 좁은 물길 위에서도
선장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난, 내 길을 그이 만큼 잘 알고 있을까?
순천만은 혼자 더 넓게 덩그란히 있지 않습니다.
산이 들어 설 자리도 넉넉하게 품고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산이 없었다면
그 아름다움은 황량할 수도 있었겠지요!
우리, 나 주변에는 너희, 너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할까?
군무로 바람을 승화시키고
소금밭 그 위에서 생명의 열정을 내뿜고
살아있음, 그것만으로도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있어
갈대는 주저함이 없습니다.
조금만 불편해도 죽겠다 불평을 터뜨리는 난 누굴까?
바람 사이로
갈대 사이로
마음 씻어내기, 순천만
우리 머리 위에는
또 더넓고 넉넉한 하늘이 있었네요.
하늘이 있다는 것을 도시의 우리는 쉽게 느끼지 못하고
하늘을 잊어버리기도 하지요...
하늘, 산, 갈대, 사람, 물...
귀하지 않은 것 하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살고 있는 것인가요?
좁고 구불구불한 길
인생을 만나기에, 사람을 가까이 하기에는 더 좋은 길입니다.
이웃의 이야기가 제 귓속으로 빨려들어옵니다.
굽이 굽이 한 굽이마다
아픔만큼 사랑 또한 ...
이제 용산 전망대를 향한 길의 초입입니다.
천천히 산 길을 오릅니다.
곧 하늘은 자신의 한쪽 끝으로
해를 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