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에서
아침 안개가 있는 풍경을 담고파서 알람까지 맞추어 두었지요.
하지만 어제 담양에서 추위와 함께 춤을 추고 난 뒤여서인지
일어나자 왕창 밀려오는 두통은 꼼짝말고 다시 누워라고 명령했습니다.
아침 햇살이 꽤 자리잡은 늦은 아침
약국에 들러 우선 두통약부터 구입했지요.
아침 전이라 약은 먹지도 못하고...
천천히 운전을 해 대한다원으로 왔습니다.
식당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요.
지끈 거리는 머리를 감싸안고
천천히 삼나무 길을 통과해 녹차밭으로 들어섰습니다.
직원들이 그제야 출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밭에는 한쌍의 부부만이 차밭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두통은 저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오히려 천천히 아침 햇살을 녹차밭에서 즐겼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어제에 비하면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안개를 마주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지만
홀로 마주한 녹차밭의 평화로움은 가끔씩 흩날리는 낙엽을
차 나무 위로 사뿐히 내려앉히고 있었지요.
겨울, 찻잎들은 찬바람이 조금은 버거운 듯
방문만 빠꼼히 열고 밖을 내다보는 꼬마의 눈망울같았습니다.
어제, 오늘 키 작은 나라에 큰 키로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자기의 옷을 벗어 추위를 견디고 있는 키 작은 친구에게
열심히 전해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초겨울 햇살은 기지개를 켜고 힘 자랑을 서서히 시작하려 합니다.
이곳은 직선의 꿋꿋함, 강직함보다는
곡선의 부드러움, 다정함이 마음을 평안케 합니다.
고향 마을 길의 친근함과 같습니다.
녹차밭을 나와 식당에 들렀습니다.
반도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놓았습니다.
약을 먹고 식당 주인에게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한 시간여 고개 숙여 쉬었습니다.
다음 행선지 순천만으로 떠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