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다angelo 2008. 9. 6. 22:19

雨後竹筍

 

 

따뜻한 남쪽 하늘 아래서 남 부럽지 않게 살다

어느날 전 서울 미아리 수도원 언덕으로 옮겨졌습니다.

하루 하루가 힘겨웠고

햇살은 따뜻함을 제게 주지 못했습니다.

추웠습니다. 외로웠습니다.

제 얼굴을 씻어주던 남쪽 바람이 그리울 때마다

전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하지만 잊혀지는 것이 제일 싫었습니다.

몇 해를 그리 생존했는지 모릅니다.

거의, 완전히 잊혀질 무렵의 따뜻한 봄날

밤새워 촉촉한 눈물로 제 죽음을 슬퍼하던

따뜻한 봄비의 사랑에 감사하던 날

생명이 불쑥 새순이 돋았습니다.

해를, 바람을, 새 하늘을 마주했습니다.

 

우후죽순, 제 이름은 수도자입니다.